시읽는 기쁨

꽃을 위한 서시

소금인형 2007. 8. 11. 08:17

꽃을 위한 서시 /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나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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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착되지 않는 존재의 본질 추구를 꽃을 통해 노래했음
* 김춘수 : 1922년 경남 충무 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