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 기쁨

자살/ 류시화

소금인형 2009. 5. 25. 21:35

자살/ 류시화




눈을 깜박이는 것마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었다


때로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


자살을 꿈꾸곤 했다


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


내가 남을 버리는 것보다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


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 앞에


한 그루 나무처럼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