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 기쁨
메르세데스 소사/구광렬
소금인형
2010. 7. 1. 17:00
메르세데스 소사*
구광렬
1.
지구반대편 구석에서 노래 한 줄로 깨달았습니다
구석은 세상을 향해 열려있건만 세상은
구석을 향해 닫혀있다는 걸
세상 힘든 것들 구석으로 몰리건만
묵묵히 구석은 그 어깨들을 받쳐준다는 걸
수평선에도 구석이 있고
그 면도날 같은 파도의 한 줄 구석에도
등짝을 곧게 펴는 고기들이 산다는 걸
갈대의 울부짖음을,
못에 박힌 빈 바가지의 달가닥거림을,
구석에서 태어난 바람은
입이 꽉 틀어 막힌 것들을 대신해 소릴 내 준다는 걸
그 바람 앞에선
작고 낮을수록 더 떳떳할 수 있다는 걸
2.
사람의 목구멍이
골짜기란 걸 알았습니다
물이 흐르고 새가 지저귀고
꽃이 피는
사람의 목소리가
바람이란 걸 알았습니다
물소리, 새소리, 꽃향기를
코, 귀에까지 실어다주는
사람들의 삶이
조각조각 퍼즐이란 것도 알았습니다
한 조각만 빠트려도
문제를 풀 수 없는
아, 골짜기에서 바람이 불듯
사람의 목구멍에서
노래가 치솟음을 보았습니다
그 노래,
떨어져나간 퍼즐조각 같은
목숨들을 불러 모아
또 한 번 神의 얼굴로 풀어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