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시극2 본문
죽음이다.
성낸 해가 이빨을 갈고
입술을 붉으락 푸르락 소리없이 훌쩍이며
유린 받은 계집같이 검은 무릎에 곤두치고
죽음이다
만종의 소리에 마구를 그리워하는소
피란민의 마음으로 보금자리를 찾는새
다 검은 농무 속으로 매장이 되고
천지는 침묵, 한 덩이 구름과 같이 되다
죽음이다
아, 길 잃은 어린양아 어디로 가려느냐
아 어미잃은 새 새끼야 어디로 가려느냐
비극의 서곡을 리프레인하듯
허공을 지나는 숨결이 말하더라
아, 도적놈이 죽일 숨 쉬듯한 미풍에 부닺혀도
설움의 실패 꾸리를 품기쉬운 나의 마음은
하늘 끝과 지평선이 어둔 비밀실에서 입 맞추다
죽음이다
죽음이다. 부드럽게 뛰노는 나의 가슴이
주전 빈랑의 미친 발톱에 찢어지고
아우성치는 거친 어금니에 깨물려
죽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