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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자화상- ing 어머니가 가장 부러워한 것은 큰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나를 잉태하자마자 태교에 엄청 신경을 썼다. 당대에 눈이 크고 예쁜 배우들의 사진을 벽에 붙여 놓고는 날마다 불룩한 배를 쓰다듬었다. 태교의 힘보다 DNA의 힘이 더 컸던지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이미경 가끔 오르는 산에는 와목이 있다. 나무가 벼락을 맞아 쓰려지자 다섯 개의 가지가 위로 뻗으면서 튼튼한 나무가 된 것이다. 나무로서는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했을 것이다. 누워서 자라는 나무를 보며 세상의 모든 만물은 자기가 살아남기에 적합한 형태를 ..
남자의 눈물 두사람이 먹기에는 고기의 양이 많다는 나의 만류에도 친구는 기어이 5인 분을 시켰다. 친구는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려 바싹하게 구우며 불쑥 말을 뱉았다. "나도 울고 싶다" 뜬금없는 친구의 말에 어떤 표정을 지어할지 몰라 당황하는 그때 친구는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해야 ..
뱃속의 아기가 아들이라며 프엉이 부른 배를 쓰다듬었다. 남편과 시어머니님이 무척 좋아했을 거란 내말에는 대꾸도 없다. 산달이 다 되어가니 친정어머니 생각을 하는 것일까? 하긴 물설고 낯선 이국땅에서 홀로 산고를 겪을 생각에 겁도 나리라. “프엉 선생님이 순풍 아기를 잘 낳는 ..
크리스마스트리 뒤늦게 창고에 넣어두었던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트리에게는 너무 긴 세월이었을까? 관절이 굳은 것인지 비닐봉지를 펼쳐도 웅크리고 앉자 나를 빤히 쳐다본다. 햇살 환한 베란다에서 가지 하나하나를 세우며 모양을 바로 잡는다. 해마다 나무에 ..
지하철만 타면 잠이 온다. 산소가 부족한 탓일까? 스멀스멀 기어오는 잠의 힘에 밀려 눈이 스르르 감겼다. 현실과 잠의 경계 중간지점 쯤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에게 힘을 좀 실어 주십시오.” 눈을 떠 보니 목발을 짚은 젊은 남자가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어려서 기차에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