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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ing 본문

푸른 노트

자화상-ing

소금인형 2017. 10. 3. 10:19




자화상- ing 


어머니가 가장 부러워한 것은 큰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나를 잉태하자마자 태교에 엄청 신경을 썼다. 당대에 눈이 크고 예쁜 배우들의 사진을 벽에 붙여 놓고는 날마다 불룩한 배를 쓰다듬었다. 태교의 힘보다 DNA의 힘이 더 컸던지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큰 눈을 가진 딸을 낳지 못했다. 게다가 사선으로 날렵하기까지 했으니 어머니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머니를 위로하기라도 하듯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매력 있는 얼굴이오.”
 세월이 흐르면서 날렵한 눈이 시류를 타기 시작했다. 쌍꺼풀이 없고 옆으로 찢어진 눈이 심심치 않게 방송에서 보인다. 그 동안 대세였던 짙은 쌍꺼풀과 크고 둥근 눈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듯이 날렵한 눈은 검은 아이라인으로 날렵함을 더 강조했다. 그 눈이 묘하게 아름다웠다. 내가 30여 년만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아이라인으로 눈꼬리를 한껏 멋있게 올리고 그 대열에 합류했으리라. 시대를 앞서 태어난 내 눈이 안타까웠다. 위로삼아 서툰 화장솜씨지만 눈꼬리를 멋지게 올려 그려볼 심산으로 거울 앞에 앉았다가 화장하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덧없는 세월에 날렵한 눈은 간데없고 일자로 처져있었다.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며 한 권의 책이라고 한다. 아버지가 말한 매력 있는 얼굴은 외적이 아닌 내면이 아름다움으로 꽉 찬 사람이 아닐까? 고로 나는 현재 진행형이다. 


자화상.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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