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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 본문
크리스마스트리 뒤늦게 창고에 넣어두었던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트리에게는 너무 긴 세월이었을까? 관절이 굳은 것인지 비닐봉지를 펼쳐도 웅크리고 앉자 나를 빤히 쳐다본다. 햇살 환한 베란다에서 가지 하나하나를 세우며 모양을 바로 잡는다. 해마다 나무에 메달 장식은 바꾸었는데 올해는 작년 그대로이다. 무에 그리 바쁘다고 장식 하나 살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나이를 먹을수록 내 가슴이 팍팍해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거실로 들고 와서 꼬마전구가 달린 전선을 나무에 걸쳐 놓고 전원을 켰다. 여기저기서 깜빡이는 불빛들이 생기를 더한다. 그런데 더러 불이 들어오지 않는 전구가 있다. 나 또한,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것들을 잊어버리고 살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