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지하철에서 본문
지하철만 타면 잠이 온다. 산소가 부족한 탓일까? 스멀스멀 기어오는 잠의 힘에 밀려 눈이 스르르 감겼다. 현실과 잠의 경계 중간지점 쯤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에게 힘을 좀 실어 주십시오.” 눈을 떠 보니 목발을 짚은 젊은 남자가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어려서 기차에 다리를 잃었고 지금은 할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처지란다. 흰색전단지가 꼬질꼬질하다. 천원을 꺼내 들고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그냥 종이를 되돌려주는 사람과 천 원짜리 지폐를 얹어 주는 사람이 있다. 내 앞의 아주머니에게 돈을 받은 청년이 아주머니에게 돈을 획 던지고 흰색 전단지만 가져간다. 순간 지하철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 아주머니에게로 쏠렸다 구걸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동인 남자를 내 앞의 아주머니는 아주 불쌍하다는 눈으로 계속 바라봤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