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에 콩깍지가 씌어지는 것은 이성에 대한 사랑에 빠진 것이라서 좋게 봐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엉뚱한 행동을 벌여 일을 그르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원래 있던 곳을 돌아보는 게 좋다.
맹자(孟子)는 일찍이 이런 경우를 삼가라고 일렀다. 그래서 만든 말이 ‘유련망반(流連忘返)’이다. 빼어난 경치에 홀렸는지 물 흐름을 따라 내려가 본래의 위치로 돌아오지 못하는 행위(流),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역시 원래 위치를 잊는 것(連)을 모두 경계하는 말이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을 때 투명 옷 효과를 내는 잎사귀를 사용한다는 말을 듣고 이를 찾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였던 사람의 얘기도 있다. 그런 잎사귀가 있을 까닭이 없는데도 그것이 존재하는 것으로 믿었던 사람. 그는 결국 잎사귀 하나에 눈이 가려 패가망신하는 상황을 불러들였으니, 그 성어는 ‘일엽장목(一葉障目)’이다.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이 즐겨 사용한 말이다.
요즘 경영과 리더십에 관심 많은 사람이 혹 읽었을지 모르는 경구는 서양 버전이다. ‘망치를 들고 있는 어린아이에겐 세상이 온통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마즐로가 한 말이다. 당신의 손에는 어떤 도구가 들려 있는가를 묻고 있다. 혹시 일부 문제만을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 모든 현안을 풀 수 있는 것마냥 나대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어느 한 곳에 집중하느라 전체를 살피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지적하고 있다.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거창한 데 비해 알맹이가 없다. 영어 공교육 입장을 천명했다가 곧 발을 빼는 데서는 졸속의 가능성이 보인다. 정부조직 개편에 있어서도 서두르는 욕심에 비해 현 정부의 입장과 법률적 절차의 수고로움 등을 헤아린 지혜는 보이질 않는다.
이명박 당선인의 CEO적 경영 방향이 섣부른 성과주의를 배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 건’을 통해 우선 가시적인 성과만을 거두기 위해 몰두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본래의 위치는 어딜까. 차분한 국가운영이겠다. 큰 것을 움직이려면 우선 신중해야 한다. 가릴 것 가리고, 따질 것 따지는 사려 깊은 자세가 필요하다. 성과주의의 함정을 경계하자.
유광종 국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