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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2009. 10. 16. 금) 본문
도서관으로 가던 길이었다. 날마다 보아왔던 풍경들이 갑자기 낯설게 다가왔다.
걸음을 멈추고 잠깐 정말 잠깐 동안 당황해 했다.
내게 익숙했던 것들이 이렇게 낯설게도 다가올 수도 있다니...
한 그루의 나무가 내 눈길을 잡았다. 어느새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그 자리에 서서 한 번도 야단 떨며 봐달라고 한 적이 없는 나무였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으며 혼자서 태연한 척 서 있었기에
내 눈길을 받은 적이 없던 나무였다. 그 냥 한 덩어리의 배경으로 스친 것 외에는.
그랬던 나무가 때가되니 봐달라고 하지 않아도 내 눈을 사로잡는다.
눈물이 돌았다.
고독하게 물들었을 시간들이 아프게 느껴져서
올해는 유난히도 색들이 참 곱다.
차를 타고 자나가며 바라보던 벼도 샛노랗고 나무들의 단풍색도 선명하다.
문득 익숙한 곳을 떠나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늘 익숙한 배경으로 있던 자연 앞에 낯선 사람 하나 나타나면
그들도 그 익숙했던 장면들을 낯설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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