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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메뚜기 (2009. 6. 17. 수) 본문
메뚜기-1. 메뚜깃과의 곤충을 통틀어 이르는 말. 겹눈과 세 개의 홑눈이 있고 뒷다리가 발달하여 잘 뛴다.
2. 도서관에서 자리를 맡지 못해 이리저리 이동하며 공부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
3. 개그맨 유재석의 별명.
메뚜기라는 말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개념들이다.
엄마노릇 아내노릇 해가며 늦은 공부를 하느라 메뚜기 노릇 참 많이도 해봤다.
벼가 누렇게 익어 갈 때쯤이면 이곳저곳으로 잘도 뛰어다니던 메뚜기.
그 자유로움을 단 한 번도 부러워 한 적도 원한적도 없었다. 그저 그 방정맞은 촐랑거림을 멀찍이서 바라만 보았을 뿐.
아침 일곱 시 전에는 와야만 도서관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에 졸린 눈 비비며 앉아 공부하는 학생들,
홍세화의 칼럼처럼 그대이름은 무식한 대학생들이 아니었다.
식구들 챙겨서 다 내보내고 종종걸음 쳐도 내가 도서관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30분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한 마리의 메뚜기가 되었다.
어릴 적 보았던 메뚜기의 촐랑거림을 흉내 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한 장의 메모지를 발견했다.
누가 이런 참신한 생각을 했을까?
누군가가 낸 작은 아이디어로 이번 기말 시험 내내 조금은
우아한 메뚜기의 몸짓을 할 수 있었다.
당연히 ‘고맙습니다. 00시부터 00시까지 자리 잘 쓰고 갑니다.’
라는 메모는 꼭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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