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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이 있는 풍경(2010.3. 9. 화) 본문
내 기억의 한 페이지를 정갈히 비추고 있는 그림은
어머니가 날마다 장독대를 눈부시게 닦으시던 풍경이다.
김치 냉장고가 나오고 주거가 아파트 문화로 바뀌면서 장독들은 거의 사라졌다.
그래서 장독들을 보면 아련한 무언가가 떠어른다.
그래서 즐비하게 있는 그림이나 풍경을 보면 나도 모르게 발길이 멈추어진다.
오늘 장을 담았다. 옛 말에 의하면 말 (午)날 장을 담으면 맛이 있단다.
유모일(有毛日)에 장을 담으면 맛있는 것은 털 달린 짐승이 콩을 먹고 살이 튼실하게 찌는 것처럼 장맛도 좋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속신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말날인 오늘 장을 담았다.
나 혼자 만이 들을 수 있는 된장이, 간장이 숙성되는 소리를 듣는 것도
재미가 쏠쏠 할 터이다.
도완녀처럼 첼로를 켜 주지는 못하겠지만 날빛 좋은 때는 거실문을 활짝 열어두고
모차르트를 같이 듣는 것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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