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나는 생이란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이기철 본문
나는 생이란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이기철
내 몸은 낡은 의자처럼 주저 앉아 기다렸다
병은 연인처럼 와서 적처럼 깃든다
그리움에 발 담그면 병이 된다는 것을
일찍 안 사람은 현명하다
나, 아직도 사람 그리운 병 낫지 않아
낯선 골목 헤멜때
등신아 등신아 어깨 때리는 바람 소리 들린다
별 돋아도 가슴뛰지 않을 때까지 살 수 있을까
꽃 잎 지고 나서 옷깃에 매달아 둘 이름 하나 있다면
아픈날들 지나 아프지 않은 날로 가자
없던 풀들이 새로 돋고
안보이던 꽃들이 세상을 채운다
아,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삶보다는 훨씬 푸르고 생생한 생
그러나 지상의 모든 것은 한 번의 생을 떠난다
저 지붕들, 얼마나 하늘로 올라가고 싶었을까
이 흙먼지 밟고 짐승들, 병아리들 다 떠날때까지
병을 사랑하자, 병이 생이다
그 병조차 떠나고 나면, 우리
무엇으로 밥먹고 무엇으로 그리워 할 수 있느냐
'시읽는 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르세데스 소사/구광렬 (0) | 2010.07.01 |
---|---|
혼자가는 먼집/허수경 (0) | 2010.06.21 |
[스크랩] 방어진 해녀 / 손택수 (0) | 2010.02.11 |
식구-유병록 (0) | 2010.01.02 |
아이를 기르다-신달자 (0) | 2009.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