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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낭송수필) 본문

글 소리 판

절정 (낭송수필)

소금인형 2021. 11. 21. 16:37

절정 /이미경

 

겨우내 무채색 풍경만 보고 지냈다. 그 단조로움에 신선함을 선사할 꽃 생각이 잦아졌다. 꽃 중에서 제일 먼저 핀다는 매화를 찾아 나섰다. 절정은 아니었지만 봉우리가 제법 많이 달려있었다.

 

꽃차를 마실 요량으로 봉우리를 땄다. 그런 꽃이라야 향기가 절정에 달해 있다는 친구의 말 때문이었다. 매화의 기운이 몸으로 스미는지 나도 덩달아 생기가 돌았다.

뜨거운 물 위에 매화 몇 송이를 띄웠다. 꽃봉오리가 천천히 만개하더니 진한 향이 펴졌다. 꽃의 절정은 만개라고 생각했는데 향기 또한 꽃에는 절정이었다.

 

뒤돌아보니 매화 밭은 사계절이 절정이었다. 매화가 지고 나면 냉이가 절정이었고 다음에는 매실이 지천이었다. 그리고는 쑥이, 낙엽이, 쩡한 바람소리가 절정을 이루었다.

 

사는 것도 이와 같다는 것을 먼 길을 돌고 나서야 깨닫는다. 그동안 만개한 매화만 보느라고 많은 절정의 것들을 누리지 못했다. 매향을 즐기고 냉이 뜯는 여유를 더하고 매실의 풍성함과 쑥 캐는 달콤함을 가미했더라면 삶이 얼마나 더 풍요로웠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진다. 지나간 모든 시간 모든 때가 절정이었다. 잘못을 알았다면 바꾸는 것도 풍요롭게 사는 방법이다. 지금부터 삶의 모든 순간이 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