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달빛 고요 / 정목일 본문
달빛 고요 / 정목일
달밤에는 들판에 나가고 싶었다. 들판에 나가면 달빛이 거느리는 고요 속에 빠지곤 했다. 달이 부는 고요의 피리소리... 온 누리에 넘쳐 마음속으로 흘러드는 피리소리. 달빛보다 더 밝고 깊은 고요가 어디 있을 수 있으랴. 누가 달빛의 끝까지 고요를 풀어 놓았을까. 고요의 끝까지 달빛이 밀려간 것일까.
달밤의 고요는 냉수 한 사발처럼 그저 담담한 고요가 아니었다. 우주의 몇 광년 쌓인 고요, 달의 영혼이 비춰진 숨결이었다. 하늘이 가장 낮아진 밤이었다. 달과 별들의 몇 광년이 빛으로 흐르고 고요 속으로 젖어들고 있었다. 달빛이 젖어들면 꿈속 같았다. 하늘과 땅, 밤과 낮이 서로 이마를 맞대고 있었다.
달빛, 그리고 고요...달빛 고요에 돌아눕는 들풀 몇...은하가 흐르고 있었다. 달이 부는 피리소리...영혼의 피리소리, 옷을 벗는 나무들의 하얀 피부가 보이고, 풀잎 위에서 밤새도록 벌레들은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가. 옷을 벗고 있는 나무들의 말들이 들렸다. 그리운 이들의 눈동자가 보이고, 머리카락이 닿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요도 하나의 큰 소리일까. 세상을 채우는 노래일까. 몇 천 년, 아니 몇 만 년의 그리움을 풀어 엮는 노래일 듯싶었다. 실개천을 따라 줄지어 선 미루나무들...이웃한 나무들끼리 달빛 속에 내외간처럼 정다워 보였다. 달빛 속에 숨죽인 고요, 고요 속에 눈을 뜬 달빛, 그 무한한 은유법을 보고 있었다. 시*공을 뛰어넘는...눈맞춤 같은 마음의 표현을 보고 있었다.
내 마음에 오래오래 달빛고요가 머물러 있길 원하지만 내 마음은 늘 욕심으로 가득 차 빈 뜨락을 만들 수가 없었다.
달빛고요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신비였다. 영혼을 맑게 해주는 그리움이었다.
책이름 : 나의 수필쓰기
출판사명 : 문학관
저 자 : 윤재천 엮음
작 품 : 달빛 고요
'글 소리 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낭송-이미경 (0) | 2010.02.11 |
---|---|
낭(狼)과 패(狽)-5매 (0) | 2010.01.06 |
구절초/ 김애자 (0) | 2009.07.29 |
시 낭송의 실제Ⅱ (0) | 2009.06.23 |
시 낭송의 실제 (0) | 2009.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