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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겨울 동화 (2011. 2. 14. 월. 눈) 본문

푸른 노트

겨울 동화 (2011. 2. 14. 월. 눈)

소금인형 2011. 2. 15. 08:42

 

자고 일어나나 천지가 온통 희디 흰 눈 천지였다.

어른이 된후 눈은 낭만이아니라 재앙으로 먼저 다가오곤했다.

하지만 눈이 귀한 지역이라 그런지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 유년의 기억들이 태질하기 시작한다.

 

어릴 적, 눈 내리던 어느 날 밤에 아버지께서 계몽사 동시 전집을 사오셨다.

그 책에는 내리는 눈을 선녀들이 뿌려주는 쌀가루에 비유하기도 했고

흰색의 눈에 색을 입혀 빨강 눈, 파란 눈으로 묘사되어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따뜻한 방에 엎드려 봉창으로 보이는 눈을 보며 나는 눈의 모양을 상상했다.

눈모양이 꽃모양으로 내린다면 겨울나무에 앉은 눈꽃이 정말 환상적일 거라든지,

꽃 눈사람모양으로 내려온다면 내 손 시린 수고는 덜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중학교 때에는 미술선생님께서 보여주던 르네 마그리트의 겨울비를 보면서도 나는 중년의 남자들이 비처럼 내리는 게 아니라 눈처럼 내린다고 생각을 했다. 코트 위의 눈을 툭툭 털고 들어와서는 동시 전집을 전해주던 아버지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오랜만에 풍부하게 내린 눈을 본 동네 꼬마들이 눈사람을 만들며 좋아한다.

나도 그들 곁에 슬쩍 끼여 뽀드득 뽀드득 거리는 눈 밟는 소리를 즐긴다.

아버지의 기억 속에도 애벌레처럼 잠들어 있을 그 기억이 깨어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