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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포리즘-시선 본문

푸른 노트

수필 아포리즘-시선

소금인형 2014. 8. 6. 11:32

시선

 

그녀의 눈이 베르사유 궁전을 보고 있다.

마리앙투네이트 방의 침대가 상당히 높다는 것과 거울의 방이 17개의 창문과 578장의 거울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핸드폰 화면 터치로 읽는다. 궁전 정원의 기하학적인 아름다움과 바로크 양식의 장려함과 감각적 풍요에 푹 빠져든다.

 

그녀의 눈은 텔레비전 화면을 보고 있다.

광활한 아프리카 초원의 Marula 나무 아래서 동물들이 비틀거린다.

뜨거운 날씨로 Marula 나무 열매가 발효되면서 떨어진 것을 먹은 까닭이다.

기린, 원숭이, 타조, 미어캣, 코끼리, 멧돼지, 사슴 등이 과일주에 취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며 아프리카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쌓는다.

 

컴퓨터 앞에 앉은 그녀의 동공에 명품 가방들이 비친다. 몇 번의 클릭으로 마음에 드는 가방을 손쉽게 산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들고 다니는 가방에는 명품의 향기가 없다.

반달 모양의 눈에 긴 속눈썹을 가진 그녀는 나를 만나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베르사유 궁전 거울방 길이가 75m며 궁전 정원의 분수에 원근법이 가미되었다는 이야기와 아프리카 초원의 신비스런 이야기를 미소 지으며 들려준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감동이 없다. 따뜻함이 없다.

 

그녀가 경험하지 않은 점 같은 정보들이 그저 기계음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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