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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용/내뜨락의 괭이 밥 본문
내 뜨락의 괭이 밥 /이미경
예쁜 선인장 하나를 심었다. 낯선 환경에 멀뚱거리며 창만 바라보던 선인장이 긴 목을 빼고 여기저기를 둘러볼 때쯤이었다. 풀잎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괭이밥이었다. 처음엔 싹 틔우기가 미안한 듯 구석에 실낱같은 한 포기를 피우더니 야금야금 화분 전체로 잠식해 들어왔다. 행여 선인장에게 피해나 주지 않을까하여 뽑아내길 여러 번 하였다. 내 제지에도 아랑곳없이 괭이밥은 더부살이의 고달픔을 하소연하기라도 하듯이 끊임없이 줄기를 내고 잎을 피웠다.
토실해 지는 선인장 모양이 이제는 튼튼한 뿌리를 내린 것 같아 두 화초의 동거를 허락하기로 했다. 괭이밥의 수수한 성격 때문인지 선인장의 넓은 마음 탓인지 둘은 서로를 인정하며 잘 어우러져 갔다. 주객이 전도될 정도로 괭이밥은 노랗게 꽃을 피웠다. 제 터전을 떠나와 아쉬움과 부족함으로 피운 꽃들이건만 욕망으로 웃자란 꽃은 보이지 않았다.
신산한 삶일지라도 살부비며, 보듬으며, 능청스레 껴안고 가다보며 포근해지는 게 인생이다. 사람 냄새 폴폴 풍기며 함께 뒹구는 것이야말로 생의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더불어 사는 것은 아름답다. 내가 다른 사람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나의 배경이 되기도 하면서 서로 다름을 돋보이게 돕는 것이다.
지금도 베란다에는 많은 화초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자라고 있다. 화려한 색으로 눈길을 끄는 것도 있고 한결 같은 푸름을 자랑하는 것도 있다. 화분이 특이하거나 조금 값나가는 식물도 있다. 하지만 한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괭이밥과 선인장처럼 내 눈길을 끄는 것은 없다. 괭이밥을 배경으로 선인장이 뭉긋이 앉아 있고 선인장을 배경으로 괭이밥이 물결을 이룬다. 나직이 피어 서로 껴안은 모습이 평화롭다. 그저 존재로서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