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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이미경
모자이크 해놓은 몇 개의 색종이가 흰 도화지 위로 섬처럼 떠오른다. 크게 찢어진 노란 종이는 대륙생성을 꿈꾸다가 섬이 된 듯 고독해 보이고, 작게 붙여진 두 개의 점은 지각변동으로 섬이 된 듯 쓸쓸해 보인다.
아무것도 소통될 수 없어 죽은 듯 보였던 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림이 되어 살아 움직인다. 움직인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건강한 의미를 주는 일인 것 같다. 지금 찍어 붙이는 한 조각의 점들은 주위의 점들에 어떤 존재로 새겨질까.
제가끔 외로운 섬 같은 존재가 모여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어 간다.
초록 모자이크가 너무 밋밋한 것 같아 중간 중간에 노란 색종이를 붙인다. 금세 연둣빛을 띠는 화사한 색감이 만들어진다. 물감처럼 섞이지 않고도 다른 색을 내는 것은 모자이크의 또 다른 매력이다.
제 색깔만을 고집하지 않는 일, 타인을 인식하며 어울릴 줄 아는 너그러움은 삶을 얼마나 산뜻하게 만들던가. 그래서인지 점묘법을 이용해 그렸다는 쇠라의 그림들은 색감이 깔끔하면서도 포근하다. 물감으로 채색된 그림과 달리 구성원 하나하나가 그림 조각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어우르기 때문이다.
모자이크의 아름다움은 여백에 있는 듯하다. 점과 점 사이가 너무 붙으면 투박해 보기 싫고, 너무 떨어져도 엉성해서 볼품이 없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점들은 보이지 않는 긴장감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삶도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알맞은 거리의 인간관계에 오는 깍듯함, 이성과 감성의 팽팽한 조화, 적당한 노동과 적당한 정서적 감흥이 주는 안정감, 타성에 젖어 사느라 놓쳐버린 이 느낌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모자이크는 작은 조각들 하나하나가 전체 무늬를 이루었을 때 의미를 갖게 되는 그림이다. 삶 또한 모자이크처럼 어울려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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