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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김기림 본문
길 - 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저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
누우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던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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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김기림의 길을 시로 알고 있다.
하지만 김기림의 수필집 바다와 육체에 실린 수필이다.
상징적인 언어와 시각적인 이미지가 시와 많이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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