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마트에서 본문
거대한 콘크리트 안의 차가운 불빛 아래 깔끔하게 다듬어 정리된 물건들을 둘러본다. 오늘도 이곳에서 물건들을 사는 사람들은 대화가 필요 없었을 것이다. 그저 카트기 가득 욕망을 담고서는 쓸쓸한 얼굴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나는 가끔 시골 오일 장 구경을 가곤 한다. 그곳의 물건들은 다듬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어떤 때는 더 비쌀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참새가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는 것처럼 시골장터를 순방한다. 그렇다고 꼭 살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저 이방인처럼 어슬렁거리는 내 모습을 보고 친구는 시간 아깝다는 말로 투덜거렸다. 해물코너에서 50% 세일한다는 안내 방송이 들린다. "이거 세일 가격으로 붙여 놓은 건가요." "아뇨 사실품목 고르면 지금 붙일 거예요" 50% 세일된 모듬 해물을 카트기에 넣었다.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된장을 푼 다시물에 넣어 한소끔 끓여놨다가 내일 아침 나물을 넣어 된장국을 끓이면 될 것이다. 젓갈도 세일한단다. "저 이곳에 자주와요. 팍팍 넣어주세요" 내가 말했다. "많이 넣었어요. 이거 만 오천 어치는 될거예요. 만원으로 가격표 붙일게요" 잠시 재래시장에 온 착각이 든다. 일주일 내내 집안에만 있으면서 이것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니었나 보다 좌판에 놓여 진 투박한 물건들과 정이 묻어나는 소박한 대화가 이처럼 반가운걸 보면.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렁 더울렁 치대며 살아야 하는 존재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