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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제육대회 본문

소금인형의 수필

다문화 제육대회

소금인형 2016. 3. 28. 11:32

다문화 체육대회

 

다문화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다. 개회식 행사가 끝나고 운동장에 음악이 울려 퍼진다. 센터 선생님과 방문 선생님이 함께 추는 사감 댄스의 음악이다. 사감댄스란 서로에게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는 춤이다. 선발팀으로 나가게 된 나는 정신을 가다듬는다. 예닐곱 명의 선생님과 함께 음악에 몸을 맡긴다. 초등학교 운동회가 생각이 난다. 꼭 무용이나 곤봉 체조 같은 단체 율동이 있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연습해서 학부모님에게 칼군무를 선보였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 방문 선생님들은 선생님마다 수업 일정이 달라서 한 자리에 모이기가 어렵다. 그래서 각자 집에서 연습하고 한두 번 맞추어 본 게 전부다. 이렇다보니 행사를 앞두고 센터는 센터대로 방문선생님들은 방문선생님들대로 이만저만 신경을 쓴 것이 아니다.

처음 율동을 맞추던 때가 생각난다. 동영상을 보며 따라하던 선생님 한 분이 많은 사람 앞에서 춤을 춰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던지 한 마디 던졌다.

그냥은 못하겠대이, 눈에 뵈는 게 없어야 가능하지. 선글라스라도 써야 겠대이.”

잠시 모두 깔깔거렸다. 두꺼운 안경을 쓴 선생님에게는 선글라스를 쓸 것 없이 안경을 벗으면 된다고 해서 더 크게 웃었다.

사실 우리가 추는 춤의 핵심은 칼군무가 아니라 율동이 끝난 다음에 있다. 센터 선생님들과 방문 지도 선생님들이 하나가 되어 춤을 춘 다음에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며 서로 포옹하는 것이다. 다문화 가족과 선생님이, 선생님과 선생님이, 가족과 가족이 서로 사랑과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율동까지 보기 좋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어제 저녁 늦게까지 반복해서 본 동영상 속의 안무를 열심히 생각하며 틀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사이 후발 팀인 선생님이 들어온다. 모두들 음악에 리듬을 타며 열심히 움직인다.

특히 센터장님의 퍼포먼스가 압권이다. 율동 중간에 싸이춤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누가 할 것인가를 의논하다가 누군가 센터장님을 지목했다. 그때는 그런 거 할 위치가 아니라며 몸을 빼더니 언제 준비했는지 소품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화려한 가발에 초록색 안경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율동이 끝나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하면서 포옹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쭈빗쭈빗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좀 흐르자 먼저 와서 포옹했다. 사람과 사람이 가장 빨리 친해지는 방법이 포옹인 것 같다.

다문화 체육대회는 각 나라의 음식문화를 체험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베트남 쌀국수를 비롯한 캄보디아 반차우, 중국 만두, 필리핀 룸피아, 한국의 주먹밥, 어묵 등을 준비했다. 쌀국수는 육수를 무엇으로 내는가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해물, 닭고기, 쇠고기 등 여러 가지 육수에 매운 고추와 고수라는 향이 강한 채소가 들어간다. 볶음 쌀국수도 있다. 필리핀의 룸피아는 롤모양의 튀김 만두이다. 캄보디아의 반차우는 우리나라 밀전병과 비슷하다. 학습자와 선생님들이 정성들여 푸짐하게 만든 음식들이다. 음식 체험부스 한 바퀴만 돌아도 배가 부르다. 지역민과 다문화 가족이 함께하는 행사에 소수의 동네 사람만이 왔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필리핀 음식 부스 담당인 나는 룸피아에 달콤매콤한 소스를 담다가 운동장을 바라본다. 운동장 한편에서 아이들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다. 얼굴에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달고나 체험을 하는 아이들도 보인다. 계절만큼 풍성하고 넉넉한 웃음이 운동장을 가득 메운다. 가족들이 모두 참여하는 운동회라 더욱 정겹다.

내가 다문화에 대한 글을 쓸 거라고 하니 선배 선생님이 책 한 권을 주었다. 2009년 방문지도 선생님들의 글이었다. 2009년이면 방문지도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난해이다. 그때의 환경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게 보인다. 그중 하나가 다문화 가정의 가족인 것 같다. 그때보다는 가족들의 자존감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운동장에 환호성이 퍼진다. 모두 열심히 뛰고 달린다. 엄마가 뛰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박수를 치고 남편과 시어머니가 응원한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여유롭게 흐르고 햇빛이 밝게 빛나는 운동장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추억의 무늬를 그리는 오후다.

방문 지도를 하면서 느낀 것은 세상에 평범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특별한 사랑을 주면 특별한 사람으로 변했다. 교육만큼 사람을 빨리 변화시키는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다문화 가족 지원센터에서 가족 교육, 성 평등 교육, 인권 교육, 사회통합 교육을 꾸준히 해온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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