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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의 「금줄」을 읽고 /김명희 본문

푸른 노트

이미경의 「금줄」을 읽고 /김명희

소금인형 2006. 11. 12. 21:34
 

이미경의 「금줄」을 읽고 /김명희

    

수필은 작가의 개성 있는 생활 체험의 재현에서 삶의 의미를 이끌어내는 문학 장르이다. 솔직하게 쓰고 예술적 긴장감이 있게 써야한다. 어렵게 쓰려고 하지 말고 진실 되고 겸손하게 쓰자.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읽기 쉽게, 간결하게 쓰고 외래어나 한문 투의 말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읽는 즐거움이 있도록 재미있게 쓰자. 사물을 깊이보고 해석하는 능력을 길러야한다. 떠오르는 추상적 관념을 구체화 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야한다. 많이 읽고 쓰는 꾸준한 습작과정이 필요하다. 등등 수필작법에 대한 이론은 머릿속에 무수히 떠돌기도 하고 각인되기도 한다. 그러나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 수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수필 '금줄'은 아파트 아래층에 사는 젊은 부부의 집에서 아기가 태어나 금줄을 달고 있는 광경을 보면서 서두는 시작된다. 금줄을 달고 있는 남자에게 축하인사를 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그 남자의 차가운 말투와 표정뿐이다. 그들 부부가 자신의 삶에 끼어드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반장아주머니를 통해 들어 알고 있었기에 작가는 더 이상의 친절을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계속되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아랫집을 방문하게 된다. 남편도 없는 집안에서 몸이 불덩이 같은 아기를 안고 도움을 청하는 새댁을 도와 찬물찜질로 아기의 열을 내린 후 병원까지 동행하여 그들을 도운다. 개인적으로 흐르는 요즈음 보기 드문 친절을 보인 작가의 고운 심성이 묻어나는 글이다.

현대사회가 대가족제도에서 핵가족 형태로 바뀌면서 생활영역이 축소되고 개인주의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아파트 위주의 주거환경으로 변하면서 꼭꼭 닫힌 현관문은 외부와의 대화단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알지 못하며, 친절하게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이 있으면 혹시 해코지 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는 태도부터 보인다. 나 자신도 그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갖가지 형태의 범죄가 판을 치는 세상이니 친절도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내가 먼저 베푸는 마음씨는 이기적인 사회에 많을수록 좋은 삶의 형태이다. 그리고 친절은 친절로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남자의 태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캄캄한 복도가 낯설었다. 살아오면서 이처럼 눈앞이 캄캄해지는 일이 더러 있었다. 그때마다 주변과의 소통이 위안이 되곤 했다. 벽을 더듬어 불을 켜자 인연의 통로 같은 복도에 바람이 분다. 잠시 세상에 났다 사라지는 이슬 같은 차안에서 금줄이 흔들린다. 인간이 가지는 최초의 줄인 탯줄의 현현 신에게 가는 길과 사람에게로 가는 길과 내 몸 속의 길이 다르지 않으니 시공을 초월하는 인연을 다시 돌아보라며 금줄이 거늑하게 웃고 있다. 사는 일은 마음속에 길을 내는 일이라고, 그 길을 통해 들어 온 바람들을 갈무리 하는 일이라고, 금줄 이 덩그렁 덩그런 울린다.

이 단락은 작가가 나타내려고 하는 작품의 주제가 잘 나타나는 부분이다. 금줄을 통해 세상살이에 가로놓여있는 인연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나 위험에 처했을 때,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며 친구와 이웃, 사회와 더불어 좋은 인연을 맺고 살아가야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단지 전체적인 짜임이 약간 평면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입체적인 구성을 했더라면 좀 더 깊이 있는 수필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 허무할 만큼 문은 쉽게 열렸고-' 라는 구절에서 '허무' 란 낱말이 어울리지 않게 사용된 것 같다.  글의 뒷부분에 '울음소리' 와 '아기' 란 낱말이 여러 번 사용 되었는데 중복사용은 가급적 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열고 상대에게 따뜻하게 먼저 베풀 때 상대도 굳게 닫힌 문을 열어 보인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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