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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본 힌국인의 의식 구조(2009.5.9. 토) 본문
어머니와 드라이브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온천에 들렸다. 서로 등을 밀어주며 네 명의 딸과 어머니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한국인은 공공장소에서 옆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적다고 하는데 우리가 딱 그 짝이라는 생각에 겸연쩍었다.
저녁을 먹으며 한 대화는 목욕탕에서 본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의식 구조로 흘러갔다.
얼마전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갔다온 막내 동생은 한국은 옆 사람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대화 습관과 그런 것에 비교적 관대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는 옆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듣는 사람도 슬며시 끼여 같이 이야기 하는 경우도 많았다는게
첫째 동생의 말이었다.
나는 서양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예로부터 한국인의 손님 접대는 음식이 넘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것은 하나의 자기집안의 과시로 보았다는 말에 어머니는 고개를 흔드셨다.
내 집을 찾아온 사람에게 섭섭하지 않게 대접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는 것이다. 먹을 게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교통도 불편했던 시절에 내 집을 찾아온 사람에게 요즘처럼 차 한 잔에 과일 한쪽만 달랑 내놓을 수는 없지 않았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미리 알리지 않고 방문하는 습관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손님맞이 준비로 번거로울까봐 하는 마음 씀에서 그렇게 했단다. 하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집에 없을 때가 많고 다들 바쁘니 자연히 바뀌지 않았느냐는 말씀을 하셨다.
한국 사람들은 남의 개인적인 일에 관심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외국에서는 사적인 질문을 하면 실례가 된다는 나의 말에 어머니는 그것이 다 정이고 관심이라고 말씀하셨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수 없다며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남들과 나누다 보면 해결되는 것이라며 혀를 찼다.
한국 사람들의 허풍과 거짓에 대해서도 참 너그러우셨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거짓인줄 알지만 피해가 없다면 익살쯤으로 받아 넘기는 것도 지혜라는 말씀이셨다. 여성에게만 정조를 강요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머니도 불만이셨다. 남의 횡재를 같이 나누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본인이 한턱내겠다고 말한 것이 아니면 경우가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다. 과일 서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옛날 같은 씨족 사회가 아니니 도둑질이라는 생각을 하셨고 한국인의 계산 방법 즉, 밥값을 각자 내지는 않지만 서로 돌아가며 내는 것이 어머니에게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상호부조에 대해서도 정인데 지금은 너무 계산적으로 가는 것 같아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말씀을 하셨다.
어머니와 대화를 하며 생각 한 것은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변화에는 그럴만한 필연적인 이유를 동반한다. 문화도 환경과 자연 그리고 개인이라는 톱니가 맞물려 진화 한다.
우리보다는 훨씬 선진화 되었던 서양인의 눈에 비춰진 한국인의 의식구조, 어찌 생각하면 객관적일 것 같지만 우리의 사회와 역사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서양인의 잣대로만 우리문화를 바라본다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복지정책이 없었던 시절 상호 부조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러던 것이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돈으로 대신하면서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언젠가는 합리적인 어떤 것으로 바뀔 것이다. 빌려주는 인심이 흔하고 빌려주지 않으면 섭섭해 하는 상호부조를 통해본 한국인의 어리광도 예전 한국인의 정서였지만 사회가 변하면서 그 정서도 바뀌고 있다.
세상에 옳고,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에스키모인의 정중한 손님 접대는 구더기가 바글거리는 고기와 자기의 아내를 손님에게 내주는 것이라 한다. 한국인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문화는 그 사회의 정서와 역사 등 여러 자연환경에 맞게 생성되고 발전된다. 그리고 세상은 그것에 대해 옳고 그름을 구별하고 말하는 사람들의 시각만이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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