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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본문
향수 땡 소리와 함께 승강기 문이 열렸다. 처음 보는 중년의 신사 한 분이 내렸다. 요 며칠 이사 가고 들어오는 집이 많더니 그중 한집 사람인 모양이었다. 승강기를 타니 진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집까지 올라오는 내내 머리가 찌근거렸다. 우리 아파트에서 가끔 여성들이 짙은 향수 냄새를 승강기 안에 흩어 놓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남성이 그런 경우는 처음이다. 결점을 가리기 위해 화장을 하는 것처럼 향수도 체취를 가리기 위함 일게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소설 향수에서 그르누이가 탐했던 향기는 사람에게서 뽑은 향기였다. 체취를 완전히 제압한 향수보다는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가 더 좋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