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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감
멋진 자연을 보거나 꼭 기억하고 싶은 것이 보이면 사진을 찍곤 한다. 아직 사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는 구도나 색감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저 아름다운 풍광을 나만의 방으로 끌어들이는 은밀한 즐거움을 누릴 뿐이다.
책을 읽을 때 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 궁금했다. 나와 같은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어떤 시각으로 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을까? 어떤 각도에서 주제를 뽑을까?
독서회에 가입을 했다. 얼굴 생김새만큼 다양한 생각과 삶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참 예뻤다. 나는 그들의 눈에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문득 내가 알지 못한, 타성으로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나란 존재가 궁금했다. 단상들을 적기 시작했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의 일상 속에서 다름을 발견하는 일은 신선했다. 늘 보던 풍경도 화인더를 통해 보면 새로운 풍경으로 살아나듯 그날이 그날 같던 삶속에도 날마다 다른 빛깔의 들꽃이 피고 지고 있었다. 그 작은 꽃에게 새로운 의미부여를 하고 싶은 욕심이 슬그머니 일어났다. 그것이 수필과 인연을 맺게 된 동기였다.
수필을 쓰면서 나는 나를, 타인을, 사물들을 관찰자가 되어 바라보게 되었다. 세상을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보는 일은 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또 다른 삶의 즐거움이었다.
수필세계 신인상 수상 소식은 오월의 신부만큼이나 가슴 셀레고 행복하게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는 더 이상 서투른 솜씨의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혼자만 보는 사진이 아니기에 구도나 색상에 무신경해서도 안 되고 남들이 찾지 못한
고운 선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제는 혼자만이 보던 익숙해진 즐거움은 버리고 타인과 더불어 보는 법을 배워야 할 때인 것 같다.
삶은 통일된 합리성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각자 작은집단의 합리성과 맞물려 톱니처럼 돌아가는 것이다. 거기서 오는 충돌로 상처받고, 버려지고, 소외되어가다 잊히는 것들을 쓰다듬어 보듬고 싶다.
내가 쓴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문장이, 책임감 있는 작은 울림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모든 감각은 늘 깨어있어야 하리라.
여름으로 가는 신록이 눈부시다.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는 동안 공기와 햇빛이 조용히 지켜준 까닭일 게다. 수필가로 가는 길목에서 늘 열정적인 모습으로 한 걸음 앞서 이끌어주신 홍억선 선생님과 수필사랑 문우님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모두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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