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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신춘 상자 문춘희(경주수필) 아이들과 남편이 학교로 일터로 모두 떠나고 난 아침은 세상이 텅 빈 것 같다. 상자의 내용물이 상자를 버리듯 나는 남겨졌다. 매일 아침 치러야 하는 잠시 동안의 이별이요 반복되는 일상임에도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속을 다 비워버린 상자 같은 내..
전북일보 수필 당선작-신기료(신성애) 삼층 요리학원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면, 감영공원 한 귀퉁이 도장가게 처마 밑에 풍경처럼 신기료장수가 있다. 오늘도 담벼락을 등지고 낡은 의자에 걸터앉은 노인이 돋보기 안경너머 더운 아스팔트길을 내려다본다. 또각또각, 뚜벅뚜벅 땅을 울리며 지나가는 사..
동양일보 신춘 당선작 호박 참으로 못 생겼다. 울퉁불퉁한 굴곡은 흘러내린 뱃살이라고나 할까, 풀숲에서 훔쳐본 촌부의 둔부라 할까. 추녀의 대명사가 아니었어도 호박은 신세대나 아이들에게 푸대접받는 신세다. 애호박이나 늙은 호박이 아무리 싱싱해도 생식(生食)할 수 없음은 채소로서의 결격사..
부산일보 [신춘문예 - 수필] 달 / 박월수 -생명의 상징 물을 여자의 달거리로 불러오려 했다는 건 잉태의 근원이 거기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날은 배꼽마당이 들썩거리도록 말 타기를 하고 놀았다. 배가 촐촐할 무렵 친구는 내 손을 잡고 자기 집으로 이끌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호박전..
대구매일신문 신춘 왈바리 주인석 사는 일은 뚜렷한 공식도 방법도 없다. 스스로 부딪히고 깨지며 웃고 우는 가운데 버려지기도 하고 선택되기도 하여 쌓이는 것이다. 삶의 조각이 크다고 좋은 모양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작다고 쓸모없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작은 조각 하나가 인생을 무너지게 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