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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짧아서 더 슬펐던 아버지의 두 번 웃음 / 구효서 어딘가에 쓴 적이 있다. 아버지와 평생 나눈 대화를 원고지에 적는다면 다섯 장이 아닐 거라고. 아버지는 웃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근엄한 것과는 달랐다. 삶 자체가 아버지에겐 견디는 거였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는 가난에 찌들어 있었다. 논..
수필, 이렇게 써 보자 허창옥 길 떠나기 그리고 걷기 오리무중 수필쓰기는 내게 '길'이란 단 한 글자로 압축된다.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는 막막한 길의 이미지가 나의 수필쓰기이다. 물론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 쉽게라니, 당치도 않다. 충분히 생각한 끝에 길을 나섰다. 행장도 제법 야무지게 꾸렸다. ..
한국 문단에 새로 등록되는 작가의 수는 해마다 증가일로에 있다. 우리 수필계의 사정 역시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일까? 워낙 많은 경우의 글들이 소개되다보니 이젠 소재빈곤의 현상마저 보인다. 각 계층 간의 시각차를 통해 전개되던 다양한 글의 패턴은 무너지고, 단순한 일상을 표현한 잡문 형식..
수필구성의 두 가지 사례 김규련 非無非有의 멋 수필은 본 대로 느낀 대로 아무나 쓸 수 있다고 한다. 수필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은 수필문학의 출현과 동시에 있어온 것 같다. 김진섭은 수필을 ‘산만(散漫)과 무질서(無秩序)의 무형식(無形式)을 그 특징으로 삼고 스스로 느끼고 보고 들은 바를 기록..
시(侍): 모실 시 : 절에 가서 기도드리는 것. 시(恃): 믿다. 의지하다. 어머니. 자부하다(뽐내다→ 장자): 내 마음에 절을 지어 놓았으니, 심령이 배 부른 자. 심령이 가난 한 자는 천국이 자기 것이요.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다. 나는 글을 읽으면서, 너무나 잘 ..
길 - 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저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
단념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별 게 아니었다. 끝없이 단념해 가는 것, 그것뿐인 것 같다. 산 너머 저 산 너머는 행복이 있다 한다. 언제고 그 산을 넘어 넓은 들로 나가 본다는 것이 산골 젊은이들의 꿈이었다. 그러나 이윽고는 산 너머 생각도 잊어버리고 '아르네(노르웨이의 작가 비에르손이 쓴 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