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읽는 기쁨 (46)
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熱河를 향하여 1 이기철 趾源은 하룻밤에 아홉의 강을 건너 거친 모래 땅 열하에 도달했다지만 나는 아홉 밤을 불면으로 지새워도 한 개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 마음 덮으면 없는 강이 마음 밝히면 열의 강으로 소리를 높인다 숱 많은 머리카락 날리며 바람은 어디로 불어 가는가 메마른 계절일수록 마..
화엄동백 김영재 뚝뚝 목이 지는 화엄사 동백을 만나 일자리 작파하고 유랑하는 친구의 말씀 지리산 반야봉 너머 환한 세상 있겄다 천왕봉 상상봉에 매어놓은 <바람집 한 채> 바람을 부르면 슬픈 가락이 되고 구름 몰려오면 벼락치는 노한 소나기로 우르릉 쾅쾅, 섬진강 은어떼 뛰듯 철없이 튀어..
소포 / 이성선 가을날 오후의 아름다운 햇살 아래 노란 들국화 몇 송이 한지에 정성들여 싸서 비밀히 당신에게 보내드립니다 이것이 비밀인 이유는 그 향기며 꽃을 하늘이 피우셨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와서 눈을 띄우고 차가운 새벽 입술 위에 여린 이슬의 자취 없이 마른 시간들이 쌓이어 ..
징<鉦> 박 영 교 삼천리 그 몇 천 리를 세월 그 몇 굽이를 돌아 갈고<耕> 서린 한을 풀어 가을 하늘을 돌고 있네. 수수한 울음 하나로 한 평생을 돌고있네. 아홉 마당 열 두 타작으로 잔등을 후려 쳐라. 주름살 골을 따라 갈가리 찢긴 한을 한평생 돌다 지치면 내 전신(全身)을 두들겨라. 울거라 ..
양귀비꽃/ 오세영 다가서면 관능이고 물러서면 슬픔이다. 아름다움은 적당한 거리에만 있는 것.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된다. 다가서면 눈 멀고 물러서면 어두운 사랑처럼 활활 타오른 꽃. 아름다움은 관능과 슬품이 태워 올리는 빛이다.
검은 표범 여인/문혜진 낯선 여행지에서 어깨에 표범 문신을 한 소년을 따라가 하루 종일 뒹굴고 싶어 가장 추운 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섹스를 나누다 프러시아의 스킨헤드에게 끌려가 두들겨 맞아도 좋겠어 우리는 무엇이든 공모하기를 좋아했고 서로의 방에 들어가 마음껏 놀았어 무례함을 즐기며 ..
돌사람 김남조 눈 오는 광야의 쓸쓸함이라더니 앙상히 얼어붙은 벌판에 너 썼음을 사람아 네 이름 정확히 돌이언마는 네 이름 서러운 비문이언마는 꽃 한 송이 피워주소서 불 같이 붉은 생명같이 붉은 그 전날 그리움에 몸 바쳐 죽었던들 오늘의 이 비통은 몰랐을 것을 검은 머리단 잘라라도 드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