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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절정 /이미경 겨우내 무채색 풍경만 보고 지냈다. 그 단조로움에 신선함을 선사할 꽃 생각이 잦아졌다. 꽃 중에서 제일 먼저 핀다는 매화를 찾아 나섰다. 절정은 아니었지만 봉우리가 제법 많이 달려있었다. 꽃차를 마실 요량으로 봉우리를 땄다. 그런 꽃이라야 향기가 절정에 달해 있다는 친구의 말 때문이었다. 매화의 기운이 몸으로 스미는지 나도 덩달아 생기가 돌았다. 뜨거운 물 위에 매화 몇 송이를 띄웠다. 꽃봉오리가 천천히 만개하더니 진한 향이 펴졌다. 꽃의 절정은 만개라고 생각했는데 향기 또한 꽃에는 절정이었다. 뒤돌아보니 매화 밭은 사계절이 절정이었다. 매화가 지고 나면 냉이가 절정이었고 다음에는 매실이 지천이었다. 그리고는 쑥이, 낙엽이, 쩡한 바람소리가 절정을 이루었다. 사는 것도 이와 같다는 것을 먼..
제 2회 시민과 함께하는 수필 축제가 열렸다. 대구문인 협회 주최, 대구수필가협회 주관 일시 2021.11.23(토) 오후 3시 30분 장소 : 대구 향교 대강당
‘섬’이라는 언어가 지향하는 세계 -이미경의 수필세계 1. 수필가 이미경은 단아하다. 말씨가 그렇고 맵시 또한 그러하다.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따뜻하고 지혜롭다. 짧지 않은 인연을 이어오는 동안 보아온 그는 수필가로서, 한국어교사로서 탄탄하게 자리매김한 여성답게 당당하기..
아줌마.hwp 아줌마 /이미경 지하철에서의 일이었다. 퇴근하는 사람들로 지하철 안은 콩나물시루가 따로 없었다. 환승역을 지나자 좀 나아졌지만 앉을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에 여고 친구들을 만난다고 평소에 잘 신지 않는 굽 높은 구두를 신은 탓에 발이 아팠다. 앉을 자리가 ..
콘솔.hwp 콘솔 /이미경 같은 장소를 돌고 또 돌았다. 분명히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쭉 가다가 왼쪽에 있었다. 땅으로 꺼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 혹 내 기억이 잘못되었나 싶어 찾아 헤매다 보니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오게 되었다. 며칠 전 소파를 사기 위해 이곳에 ..
틀이 깨지다.hwp 틀이 깨지다 /이미경 시조부님의 부고를 받았다. 그것은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소멸은 형태가 사라지는 것이다. 틀이 깨지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틀이 있다고 믿는다. 눈에 보이든 그렇지 아니하든 받치거나 버티거나 팽팽히 켕기게 하기 위한 테두리가 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