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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모자이크/ 이미경 반나절 동안 두 아이는 제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 시간이면 습관적으로 텔레비전 리모컨을 누르거나 냉장고 문을 열어 보는 등 부 산해야 할 텐데 너무 조용하다. 일상과는 다른 풍경이어서 아이들의 방문을 열었다. 그들은 지금 밀린 방학 숙제로 바쁘다. 방안 가득 원고지, ..
만추/이미경 어머니는 끝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셨다. 머쓱해진 나는 찻물을 올려놓는다며 거실로 나와 창밖을 내다본다. 여름 내내 싱싱했던 목련의 푸른 잎들은 시나브로 떨어져 가을비에 누렇게 퇴색되고 야윈 가지로 남았다. 지금 어머니의 심정도 저 나무와 같을 것이다. 내리는 가을비에 풍경..
문주란 눈이 내린다. 단아한 여인의 춤사위 같은 눈이 내린다. 첫눈 같은 셀레임 은 없지만 자꾸 시선이 창 밖 향한다. 휘돌다 감기듯 난무하는 흰 눈들이 한동안 잊고 있었던 하얀 꽃잎으로 피어난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던 결혼 첫 해에 처음으로 시가에서 가져온 것이 문주란 씨앗이었다. 시댁의 ..
내 뜨락의 괭이밥/이미경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겨울. 추위에 약한 화초 몇 포기가 죽었다. 더 추워지기 전에 미리 집안으로 들여다 놓지 않은 탓이었다. 오랜 세월 돌보며 정을 들였던 터라 바로 뽑아내지 못하고 몇 달을 그대로 두었다. 창백했던 겨울햇살이 노랗게 여물어가는 봄이었다. 겨울을 잘 ..
겨울의 창/이미경 간간히 내리는 눈을 맞으며 두레박을 올리는 어머니의 귓불이 빨갛다. 언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배추를 씻던 어머니의 손길은 빨라진다. 배추가 산 모양으로 쌓이고 샘 주위에 살얼음 얇게 비치면 샘물로 말개진 배추는 처마 안쪽 부엌에서 물기를 걷고 있다. 심심해진 다섯 살의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