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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갈등 이미경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가을 햇살이 가득하다. 태나서 죽고 괴로워하고 즐거워하는 일은 가을볕 마냥 억겁 속에 되풀이되어온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마흔도 안 된 그녀의 부고는 뜻밖의 일이다. 남편은 내 신앙생활의 시작을 못마땅해 했다. 친척 아주머니의 광신적 ..
공간나누기/이미경 지하철을 타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며 자리를 찾았다. 낮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나는 아무도 없는 구석자리로 가서 쓰러지듯 앉았다. 평소에는 앉지 않는 지하철의 구석자리는 아픈 내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에 좋은 곳이리라. 뼈마디가 쑤시는 팔을 손으..
금줄 /이미경 남자는 금줄을 치고 있었다. ‘happy’라고 쓰인 리스를 현관문에서 떼어내더니 금줄을 비끄러매었다. 금줄이 어색해 보였다. 도시의 고층아파트에 매여 있어서가 아니라 집주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풍경 같아서이다. 그 집에는 서울 말씨를 쓰는 젊은 부부가 살고 있다. 워낙..
진눈깨비 내리던 날/ 이미경 아침부터 새침하게 흐린 날은 오후가 되자 진눈깨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있는 시외버스 안은 가끔씩 하품을 하거나 졸고 있는 촌부 몇 사람뿐이다. 낮게 내려앉은 하늘 탓인지 모두들 나른한 표정이다. 통통 튀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만이 가라앉은 버..
당선 소감 멋진 자연을 보거나 꼭 기억하고 싶은 것이 보이면 사진을 찍곤 한다. 아직 사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는 구도나 색감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저 아름다운 풍광을 나만의 방으로 끌어들이는 은밀한 즐거움을 누릴 뿐이다. 책을 읽을 때 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 ..
1. 2006년 상반기 신인상 심사 결과 ▪ 당선작 -이미경의 ‘모자이크’ 외5편(대구), 2. 심사위원 ▪정진권, 정목일, 최원현(진행 및 심사평) 3. 심사평 이미경의 수필 6편은 모두 나름대로의 완성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특히 이미경의 수필에선 극도로 감정이 자제되고 있다. 그래서 깊은 ..
균형잡기/이미경 그녀의 속눈썹이 웃자란 식물처럼 가늘게 엉켜져 파르르 떨리고 있다. 아마도 우리들의 방문이 당황스러운 듯하다. 불편한 마음의 균형을 잡기위한 것인지 그녀는 입술을 잘근 잘근 씹고 있다. 붉어진 입술이 부어 보일 때 쯤 그녀는 아이들이 버거웠다는 말만 되뇌었다. 친구의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