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소금인형 수필2 (26)
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압사라/이미경 친구가 동남아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사진작가인 친구는 찍어온 사진을 보라며 디지털카메라를 내게 내민다. 앙코르와트에서 찍었다는 압사라 춤을 추고 있는 무희의 사진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압사라는 천상의 아름다운 여인으로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
선녀와 나무꾼/ 이미경 옛날 옛적에 우매한 선녀가 나무꾼에게 옷을 빼앗기고 천상의 질서를 어지럽힌 일이 있었다. 화가 난 옥황황제는 선녀를 동남쪽 나라의 가난한 집 딸로 태어나게 했다. 날개옷을 하늘에 두고 온 선녀는 날개옷이 너무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더 잘 산다는 이..
2월 / 이미경 2월은 다른 달에 비해 짧아서 쏜살같은 달이다. 그럴 뿐만 아니라 참 애매한 계절이다. 입춘이 지났지만 봄의 흔적을 찾을 수도 없고 바람 끝이 칼이다. 그 칼바람이 얼음을 얼게 하는 것도 아니니 겨울이라 부르기도 부족하다. 이도 저도 아닌 계절, 삶에도 제 색깔을 내지 못..
엄마의 공항 /이미경 눈이다. 함박눈이 온다. 시나브로 빠르고 경쾌하게 쏟아진다. 흰 물감 듬뿍 머금은 붓이 세상을 터치하는 것 같다. 앙상했던 가지에 하얀 살이 오르면서 통통해지고 사철 푸른 나무에는 포슬포슬 눈꽃들이 피어난다. 노란 쓰레기 분리수거함에도 헐벗은 화단에도 눈..
고양이를 들이면서 /이미경 살다 보면 뜻밖의 일을 만나게 된다. 좋은 일이면 반갑기 그지없겠지만 일상의 걸림돌이라면 당황스러운 일이다. 나는 지금 느닷없이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우리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일찍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한 달 전의 일이다. ..
앉은뱅이 의자 (2).hwp 앉은뱅이 의자 / 이미경 늦은 밤 ‘카톡’소리가 들린다. 3년 전 한국어 수업을 종료한 베트남 새댁에게서 온 문자이다. 사진과 함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는 문구를 보내 왔다. 사진은 셀프카메라로 찍은 듯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새댁 뒤로 앉은뱅..
주당의 불문율 / 이미경 언젠가 친구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웃는다. ‘아무렴 그렇고말고. 술자리에서 일어난 일은 절대로 발설하지 않는 게 주당들의 불문율이고말고!’ 얼마 전 술을 배우고 있다는 내 말에 친구가 웃었다. 그리고는 어디 배울 게 없어 그런 걸 배우냐며 곱게 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