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558)
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가끔 사람들에게 말하곤 한다. "나는 참 인덕이 많은 것 같아요"라고 듣는 사람은 이 말을 어떤 뜻으로 받아들이는지는 모르겠다 내 말은 내 주위의 사람들은 아주 건강한 기를 내뿜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 기가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그들은 들풀 처럼 잔잔하다. 들풀도 이름이 있건..
정말 오랜 만에 월드 컵 경기장에 갔다. 그동안 게으른 탓 반, 시간 없다는 핑계 탓 반으로 숨쉬기 운동만 하고 살았다. 시원한 바람을 가로지르며 축구장 트랙을 달렸다. 달무리 진 달을 쳐다보며 아무생각없이 돌고 또 돌았다.
달빛 고요 / 정목일 달밤에는 들판에 나가고 싶었다. 들판에 나가면 달빛이 거느리는 고요 속에 빠지곤 했다. 달이 부는 고요의 피리소리... 온 누리에 넘쳐 마음속으로 흘러드는 피리소리. 달빛보다 더 밝고 깊은 고요가 어디 있을 수 있으랴. 누가 달빛의 끝까지 고요를 풀어 놓았을까. 고요의 끝까지 ..
구절초/ 김애자 산밭으로 깻잎을 따러 가는 길에 구절초를 보았습니다. 올 여름 태풍에 둔덕이 반쯤 떨어져나간 벼랑 끝에서 외롭게 핀 꽃이었습니다. 한 뿌리에 몸을 맞대고 지내던 살붙이들은 퍼 붓는 빗줄기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흙더미에 깔려버리고 저만 어렵사리 살아서 핀 꽃이, 어쩜 그리..
" 우리 참 많이 변했다." 20년만에 여고 동창 3명이 서로를 보며 한 말이다. 자주 보는 친구들에게서는 세월의 흔적을 그다지 많이 느끼지 않았는데 20년을 훌쩍 뛰어 넘은 친구에게서는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서로 20년 전의 얼굴이 기억 되어 있었던 우리는 친구의 얼굴을 통해 자신의 얼굴이 어떻게..
영남대학교 어학당에 한국어 교육실습을 갔다. 열두 명 정도의 중국인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의 한국어 수준은 초급을 조금 벗어난 중급-1 정도였다. 문법을 설명할 때나 대화를 유도 할 때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쉬운 어휘를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급어휘를 골라 대화하는 것만큼 쉬운 어휘를 ..
장기하의 노래를 들은 것은 어느 비 오는 날이었다. 비가 오는 날은 이상하게 라면이 맛있고 그다지 좋아 하지도 않는 커피믹스가 먹고 싶어진다. 그날 나는 라면을 끓여먹고 커피믹스를 마시며 라디오를 틀었다. ♫ 싸구려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시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
정말 화가나고 펄쩍 뛰어야 할 상황인데 화조차도 나지 않는 이 감정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