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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지하철만 타면 잠이 온다. 산소가 부족한 탓일까? 스멀스멀 기어오는 잠의 힘에 밀려 눈이 스르르 감겼다. 현실과 잠의 경계 중간지점 쯤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에게 힘을 좀 실어 주십시오.” 눈을 떠 보니 목발을 짚은 젊은 남자가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어려서 기차에 다리..
동화책을 봅니다. 많고 많은 책 중에 손에 잡힌 것이 하필이면 글씨 하나 없는 그림책입니다 글씨가 없으니 마음대로 이야기를 꾸밀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풍성한 이야기를 쓸 것입니다. 아기 돼지 두 마리가 환한 보름달을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달나라에 가고 싶은가..
일 년이란 단위는 마냥 흐르는 세월을 사람들이 편의에 의해 나누어 놓은 시간이지만 2015년 1월 1일 나는 머리를 잘랐다. 그 많은 동네 미장원 중에 문을 연 곳은 단 한곳이었다. 내가 다니던 곳은 아니지만 머리를 꼭 자르고 싶었다. 돌아와서는 존경하는 선배님에게 받은 풍경달린 찻숟가..
독성이나 가시가 있는 나무는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란다. 초식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진화를 거듭한 끝에 그렇게 되었다. 독성이나 가시로 자신을 보호하게 되자 이번에는 새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곳에다 집을 짓기 시작했다.
정말일까? 자다가 목이 말라 잠을 깼다. 찬물 한 사발 들이키고 화장실 갔다나오니 온 몸이 서늘하다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이 난로처럼 보였다. 내 몸을 바짝 붙였더니 남편이 물러난다. 다시 몸을 붙였다. 아니 또 물러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볼멘소..
거대한 콘크리트 안의 차가운 불빛 아래 깔끔하게 다듬어 정리된 물건들을 둘러본다. 오늘도 이곳에서 물건들을 사는 사람들은 대화가 필요 없었을 것이다. 그저 카트기 가득 욕망을 담고서는 쓸쓸한 얼굴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나는 가끔 시골 오일 장 구경을 가곤 한다. 그곳의 물건들..
친구랑 국제 시장을 보았다. 파독 광부가 나오는 장면에서 내 오른쪽에 앉은 친구가 훌쩍거렸다. 한때 광부였던 오빠가 있는 친구였다. 파독 간호사가 나오는 장면마다 왼쪽 친구가 어깨를 들썩이며 손수건을 눈으로 가져갔다 그 친구의 언니는 파독 간호사로 갔다가 독일 남자와 결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