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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고인돌 앞에서 거대한 회색 콘크리트 숲인 아파트 안의 고인돌 앞에 서 있다. 기원전 2000년 전, 이곳은 움집이 나란히 어깨걸이하고 있던 정겨운 촌락이었으리라. 네 개의 바위는 아파트 한 쪽 귀퉁이에 있었던 까닭에 이사 온 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내 눈에 띄었다.‘지석묘군’이라는 ..
내복 패션 “아주머니가 나를 보며 웃었고, 남자들은 입을 요렇게 하고 소리를 냈어요.“ 흐엉이 뾰로통한 얼굴로 한 말이다. 흐엉은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이다. 생물학적 나이는 이십 대 중반이지만 한국에 온 나이는 한 살이 채 안 되었다. 그런 흐엉이 내..
봄비 비가 온다. 계절을 재촉하는 단비다. 봄비, 혼잣말로 중얼거려본다. 봄비는 다른 비와 달리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동장군도 낭창낭창한 애교로 달래어 보내고 언 땅을 녹인다. 죽은 듯 있는 식물의 뿌리를 간질여 잎들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꽃에 색을 입힌다. 내리는 비를 한..
다문화와 커피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한 시간쯤 늦을 거라 했다. 이미 약속 장소인 지하철역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난감했다. 집으로 다시 되돌아갔다가 나오기에는 짧은 시간이고 그렇다고 길거리에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는 수 없..
딸기잼 플러스 물 닛차난은 나를 보자 무척 기다렸다 한다. 며칠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안색을 재빠르게 살펴본다. 결혼 이주 여성들이 기다렸다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어떤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부부 싸움을 했든지 아니면 시어머니와 갈등이 심해 상담을 하고 싶다는 뜻이다. 생..
어저귀 길모퉁이에 홀로 핀 어저귀에 한동안 눈길이 머문다. 남부 아시아가 고향인 꽃이 어찌하다 이역만리 내가 사는 동북녘 지역에 왔을까? 보도블록 좁은 땅에 싹을 낸 것이 어제인 듯한데 벌써 씨방이 맺혔다. 누군가의 밭에 무리를 지어 피었다면 지금쯤 한약재나 밧줄의 재료로 쓰..
어화 둥둥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만 가르치던 내가 지난해부터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가르치게 되었다. 다문화 정책이 바뀐 까닭이다. 한국어 교사도 정해진 교육을 수료하고 시험에 통과하면 다문화 가정 부모교육 서비스와 자녀생활 서비스도 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