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소금인형의 수필 (61)
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외로운 섬들을 위한 소통 홍억선(수필가) 1. 인생은 모자이크다. 세밀하게 그려진 사실화도 아니고 뜻 모를 추상화도 아니다. 그 중간쯤의 화법으로 만든,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게 듬성듬성 점묘법으로 찍어놓은 점들의 조합이다. 마치 바둑판 위의 포석처럼 몇 개의 점들을 놓아두고, ..
딜-12매.hwp 딜.hwp 딜(Deal) 밥을 사겠다고 한다. 친구가 뜬금없이 밥을 사겠다고 한다. 당장 밥을 사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것처럼 안달이다. 나는 접시 눈을 하고 친구를 바라본다. 친구는 평소 만 원 이상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쓸데없는 돈을 쓰지 않기 위함이라 했다. 그러다 보니 여..
마당/ 이미경 눈을 떴을 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늦잠을 잔 것이다. 잠시 두리번거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댁이었다. 지난밤 잠을 몹시 설쳤다. 설 명절을 쇠고 모두 제집으로 돌아가자 시아버님, 남편 그리고 나만 남았다. 하필이면 보일러 기름이 떨어져서 전기장판이 있는 아버님 ..
지팡이 / 이미경 아침 운동을 갈 때마다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여든이 다 되어 보이는 노부부의 모습이다.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한 할머니 손을 잡고 하루도 빠짐없이 걷는 연습을 시켰다. 노부부를 처음 보았을 때 할머니의 몸은 마치 나무토막 같았다. 오로지 할아버지를 의지..
매실청 / 이미경 숙성된 매실청을 보는 내 얼굴은 함박꽃이 되어간다. 시간에 삭힌 매실이 그렇게 맑을 수 없다. 세월이란 이렇듯 견고한 것을 부드럽게 풀어내고야 마는 것일까 잘 익은 매실 청을 나누어 병에 담는데 그녀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그녀를 만나건 학교 도서관에서였다. 리..
시소 / 이미경 ‘삐거덕, 삐거덕’ 소리에 잠이 깼다. 주위를 둘러보니 방안 풍경은 그대로였다. 곤히 자는 남편을 보다가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와 아들 방 앞에서 귀를 기울였다. 들리듯 말 듯 코를 고는 소리가 들린다. 순간 내가 꿈을 꿨나 하는 생각을 하며 물 한 컵으로 마른 목을 축였..
폭삭 속았수다/ 이미경 책을 펼치는 프엉의 얼굴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가 않는다. 문화적인 차이로 상담 요청을 해온 것이 불과 며칠 전인데 그새 또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내 마음도 덩달아 먹구름이 드리운다. 다문화 가정은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과 문화의 차이로 서로 상처를 입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