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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미경의 블로그 입니다
아버지의 상자 며칠 동안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봤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나에게는 기껏 해야 10년이 다되어가는 세탁기와 냉장고가 가장 오래된 물건이었다. 그래서 나는 친정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어쩌면 결혼하기 전에 내가 쓰던 물건 중에 반짝이는 ..
자살/ 류시화 눈을 깜박이는 것마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었다 때로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 자살을 꿈꾸곤 했다 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 내가 남을 버리는 것보다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 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 앞에 한 그루..
TV를 보며 울었다. 평범한 할아버지로 살아가는것 조차 힘들었던 사람. 죽음을 결행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뇌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더 이상 자연의 한조각으로 살아 움직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수 없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둘째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자 종일을 코끝에서 단내 나게 종종걸음 치던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며 틈이 생겼다. 그 틈은 무성한 잎사귀를 떨쳐낸 겨울나무처럼 헛헛함을 자주 느끼게 했다. 알 수 없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취미생활도 해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가을빛이 마..
어머니와 드라이브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온천에 들렸다. 서로 등을 밀어주며 네 명의 딸과 어머니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한국인은 공공장소에서 옆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적다고 하는데 우리가 딱 그 짝이라는 생각에 겸연쩍었다. 저녁을 먹으며 한 대화는 목욕탕에서 본 사람들의 ..
싱그러운 오월. 모처럼 이씨집 가족들이 다 모였다. 결혼을 해서 늘린 장씨, 원씨, 송씨도 함께. 시끌벅적 이다. 올망졸망한 조카들 중에 단연 인기는 이제 돌이지나 낯가리느라 빽빽 우는 장민이다. 우는모습이 은하철도 구구에 나오는 철이를 닮았다느니, 개그맨 박성광을 닮았다느니 우리는 한참을 ..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유지태 에게 한 말이었다. 그때 유지태의 대답은 “헤어져” 였다. 모든 것은 변한다. 특히 사람의 감정인 사랑은 더욱 더. 그래서 사람들은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예술에서 그것을 찾으려 한다. 토요일 오후 예술전용극장인 ct를 찾았다. 유..